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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빵 서울페이 광고가 불편한 이유

[Review] 걸리는 대로 콘텐츠 리뷰

by 콘텐츠가든 2018. 12. 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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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그러니까 라디오가 한창 유행하던 때에도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듣지 않았고 사연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즐겨 듣는 방송이 하나 생겼다. 라이프 스타일상 본방사수는 못하는 터라, 주로는 팟빵 앱으로 듣는다. 


라디오는 전체 4부 정도로 진행되는데, 사이사이 광고가 나온다. 실제 방송되는 라디오 광고와는 조금 다르겠거니 생각한다. 더러 우습기도 하고, 더러 호기심도 일으키는 광고들이라 비교적 열심히 들어주는 편인데 두어 주 전 한 광고를 듣고 '뜨악'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뜨악하게 만든 것은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을 위해 제공한다는 <서울페이>광고.


정확한 내용을 찾아볼랬더니, 광고를 내렸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대충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보자면 대충 이런 뉘앙스다. 



손님: 사장님~ 여기 계산이요! 

사장님: (손님이 가고 난 후 한숨을 쉬며) 카드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것도 없네. 

(뭔가 사극스러운 사운드가 나오고) 
아마도 임...금님으로 추정되는 목소리: 누가 한숨을 쉬었느냐? 
아마도 관리: 자영업자들이 카드 수수료 때문에 쉬는 한숨이옵니다. 
 ...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임금님과 관리의 대화를 통해 서울페이를 홍보한다. 
(지금은 네이밍이 바뀌어서 <제로페이서울>이 되었으니 곧 광고도 내려갈 듯.) 


마지막에는 관리가 "자세한 정보는 사이트를 참고하랍신다~" 라고 외친다. 
(뭬야? 어따대고? ㅡ_ㅡ+ ) 



자영업자들은 이 광고를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자영업자는 아니지만 나는 이 광고를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서울시는 자영업자를 '어엿비' 여기는 나랏님이고, 자영업자는 성은이 망극해야 하는 백성인가? 하는 기분이 스르륵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거 뭔가 시대 착오적이지 않나?' 하는 느낌. 

광고에서 내가 느낀 것은 자영업자에 대한 호혜적 시선과 태도였다.


사실,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높은 카드 수수료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페이>를 추진중이라는 사실은 이런저런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카드사 등 몇몇 기업의 반발이 있다는 것도, 이런저런 삐걱거림도 없지는 않겠지만 결국 좋은 취지라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던 터라 이 광고가 더 충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서울페이>는 정책인가, 복지인가? 이제는 복지가 일종의 시혜라는 프레임에서 좀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사실, 정책이든 복지이든 '내가 너에게 제공하는 것이 일종의 시혜'라는 태도는 불편하다. 받는 사람을 약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서민들 다수는 성실하게 세금을 낸다. 나는 먹고 사느라 바쁘니, 행정전문가들이 그 세금을 가지고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서 정책으로 만들고, 누구나 인간적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복지를 하라고 맡기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 메시지 뿐 아니라 메시지를 제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광고가 전하고자 했던 것은 '<서울페이>가 이러저러한 장점이 있으니 사용해보세요' 일 것이다. 그런데 포맷이 말끔하지 않았던 탓에 정작 메시지 전달은 안 되고, 불쾌함을 느끼는 청취자를 만든 셈이 되었으니 이 광고는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 며칠 후 다시 이 광고를 들었다.
주의해서 다시 들으니 기분 나빴던 포인트를 발견. 


임금님께서 말씀하시길, "자영업자들은 듣거라~" 
네? 뭐라구요 임금님? 제가 그래야되는 건가요?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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