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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과 기획서를 분리하면?

[기획노트]

by 콘텐츠가든 2020. 1.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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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

 

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제안서와 발표 자료를 따로 만들면서 느꼈던 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초기에 (저희 형편에서는 꽤나) 열심히 공공입찰에 지원하느라, 입찰 제안서와 발표 준비를 빡세게(?) 했었더랬죠. 좌충우돌하며 머리를 쥐어 뜯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입찰에 관해서는 덜 프로페셔널이었던터라 배우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기는 합니다.

 

선배들의 제안서를 들춰보기도 하고, 책을 찾아보기도 하던 참에 창업지원센터에서 프리젠테이션 (무료) 강의가 있다는 소식에 강의를 들으러도 갔었습니다. 

 


태권브이를 물리치고 싶은 카프 박사의 프리젠테이션을 
가상 케이스 스터디로 제시해주셔서 더 흥미진진 재미있었던 프리젠테이션 강의.
좋은 기획의 효과와 중요함을 다시금 새길 수 있었습니다. 

 

 

강사님이 첫 머리에 짚은 것은 '제안서'와 '발표 자료'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안서는 거의 매뉴얼이라고 생각하고 정보를 꼼꼼하게 담는 용도로, 프리젠테이션은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채널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사실, 저희의 고민도 그런 것이었어요. 제안서를 PPT로 작성해 화면으로 띄워놓으면, 발표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제안서 내용을 읽고 있다는 점. 그리고 빽빽한 글씨 때문에 듣는 사람(심사위원을 비롯해 대개는 아주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자!!)들이 쉽게 흥미를 잃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안 돼애~ T-T )

 

제안서를 발표자료로 활용할 때 예상되는 재난상황 

 

 

마침 강의를 듣고 난 후라, 의지 충만하게 '배운 것을 실천해보자!'라고 마음먹은 케이스가 '제천중앙시장 홍보영상' 입찰건이었습니다. 겸사겸사 저희가 포착했던 또다른 불편함도 해결해보기로 했어요. 그 불편함은 심사위원들이 제안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봐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대개 PPT로 작성된 제안서는 가로로, 입찰을 위해 넣어야 하는 행정서류들의 양식은 세로로 되어 있어서 이 두 종류의 서류를 함께 묶으면 발생하는 일이었죠. 

그래서 일단 제안서는 세로로 작성하고, 정보를 촘촘하게 넣기로 했습니다.

 

방향을 정했으니, 이제 휘리릭 쓰기만 하면 되겠죠? 

마법처럼 휘리릭 써지지 않는다는 건 함정. T-T

 

처음에는 고민고민해서 기획서 포맷을 잘 만들어두면 세세년년 잘 써먹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틀을 잘 만들어두신 에이전시도 물론 있을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번 머리를 쥐어 뜯게 되더라구요.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프로젝트는 없으니까요. 매 프로젝트마다 다루는 콘텐츠가 다르고, 이걸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컨셉이 달라지니, 컨셉까지 도달하기 위한 경로도 바뀔 수밖에요.

 

사실 입찰을 위한 제안서는 발주하는 곳에서 작성한 용역제안서에 대략의 목차가 나와 있습니다. 발주처에서 평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대동소이하거든요. 많은 경우, 프로젝트 개요를 첫 머리에 놓는 것으로 해서 전반적인 방향이나, 전략, 컨셉과 세부 구성 등을 제시하게 됩니다.

 

그렇게 작성한 저희의 제안서에는 배경과 근거를 가급적 자세히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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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 작성 제안서. 프리젠테이션의 근거를 꼼꼼하게 제시하는 것이 목표. 

 

 

주요 뼈대는 이런 것이었구요.

1) 전통시장 홍보영상은 대동소이하게 제작되는데 효과가 미미하다
2) 전형성에서 탈피해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발굴해서
3) 5분짜리 종합 홍보영상 ----> 5편의 짧은 콘텐츠로 제작하고
4) 지역, 연령별 타깃 광고를 집행해서 유입률을 높여보자!

 

늘 하던 것처럼 제안서를 발표자료로 쓰면 여기에서 끝났을 것을, 발표자료를 따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고난의 기획 행군'도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었죠. T-T

 

중요한 것은 제안서의 내용을 어떻게 이야기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원고든, 제안서든, 발표자료든 늘 첫 단추가 중요하고, 또 그만큼 고민이 많이 됩니다. 우리는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영화 <올드보이>를 끌어왔습니다. 기존 홍보영상들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효과적인 답을 제시했는가? 를 짚기 위한 장치였죠.

 

전반적인 구성은 아무래도 제안서를 따라가게 되므로, 제안서 구성이 탄탄한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입찰 제안서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평가를 위해 어느 정도 정형화된 목차를 제시하니까 완전히 자유로운 구성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예요.

그래서 발표 자료는 이렇게 구성했어요. 

 

기: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효과적인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기존 전통시장 홍보영상은 올바른 질문을 던졌는가? 

승: 우리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 추상적이고 전형적인 홍보영상 대신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본다. 

전: 우리는 숙련된 인터뷰이를 투입해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를 이러이러한 콘텐츠로 개발해 제작하겠다. 

결: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수행해 낼 능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사업단은 정말로 효과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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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과는? 

마지막으로 발표해 박수 갈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2등 탈락. T-T

사업단에서 입찰 업무를 총괄하셨던 분께서 전화를 주셨더라구요. 발표 너무 인상적이었고, 내용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본인도 어디가서 프리젠테이션 할 때 콘텐츠가든 방식을 참고해야겠다고. 그런데 정량 점수가 부족해서 2등이라고요.

이렇게 제안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는 잘 없나보다- 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죠. 적어도 공공입찰건에서는요. 

 

T-T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솔직히는 1등을 못해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한 것이 속상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 시도가 효과적이었다는 점, 그리고 설득을 위한 메시지 구성을 고민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 다음 기획안을 작성할 때 검토해볼 수 있는 방법론이 하나 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어요.

 

 

* 당부의 말씀

1등 못한 발표자료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기를 바라며 스크립트가 포함된 발표자료를 파일로 첨부합니다.
영상 레퍼런스를 제시한 페이지는 삭제한 버전이예요. 

나름은 고심해서 그리고 애써서 작성한 자료이니 참고용으로만 보아주세요.

 

 

콘텐츠가든_프리젠테이션_피칭_ss.pdf
1.87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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