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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의 전형, <세계 최고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스토리>

[Review] 걸리는 대로 콘텐츠 리뷰

by 콘텐츠가든 2020. 4. 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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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에 관한 책은 언제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도서관에 자료 조사하러갔다가 모처럼 광고회사 이야기를 읽으려고 빌려온 책.

 

 

광고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날 것만 같은 일러스트 표지만 좋았다. 

그런데 1/3 정도 읽고나니 뭐 책을 이렇게 만들었지? 싶어서 진심 내려놓고 싶어졌다. (게다가 책값은 25,000원! @_@)

 

그래도 뭔가 메시지나, 건질 내용은 있겠지 싶어서 평소와 달리 꾸역꾸역 다 읽었는데 교훈이라면 '출판이든 영상이든 콘텐츠를 이렇게는 만들지 말아야겠다'라는 것이었달까? 다시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표지의 예쁜 일러스트를 보며 내가 기대했던 것은 킷캣과 맥도날드와 던킨 도넛의 광고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했는지와 그 과정이었다. 이후로 광고계의 판도가 바뀌었는지, 이를 위해서 사치 앤 사치는 어떻게 내부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는지도 알 수 있다면 좋았으리라.

여러 광고 캠페인에 관한 에피소드가 조금 나오기는 한다. (그 부분만 재밌었다. 그런데 따라할 수가 없어. T-T ) 그렇지만 페이지의 대부분을 사치 앤 사치에서 일한 세 명의 저자 혹은 인터뷰이가 두서없이 늘어놓는 안.물.안.궁.의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점은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퇴사 후 내부의 이야기를 하거나 책으로 내지 않는다는 계약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이미 책은 나왔는데?

 

독자의 사전지식을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가 책을 읽던, 영상을 보던 정보의 처리 과정에는 기본적인 사전 지식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이걸 축약해서 표현한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일테고. 사치 앤 사치가 물론 글로벌하게 유명한 광고대행사임은 틀림없지만,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이 광고대행사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것은 아닐텐데 내부적으로만 통할 이야기들이 어떤 설명이나 주석도 없이 실려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생각했다. '어쩌라고?' '그래서 이게 누군데?'

 

 

image from pixabay, WikimediaImages

 

 

우리는 이 책처럼 인터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 콘텐츠에서 특히나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어의 눈높이다. 특히나 이렇게 기업 내부적인 이야기나 전문적인 분야를 다룰 때에는 그들만의 문화에서 통용되는 표현이나 기본적인 정보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것을 독자가, 시청자가 모두 알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게으름이다. 저자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부분을 편집자라도 보완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다못해 사치 앤 사치의 연혁이라도 그래픽으로 구성해주거나, 굵직한 캠페인을 도식화해서 보여주었다면? 

 

오탈자와 눈 아픈 레이아웃를 참아야 하나? 

사실 이 부분도 컸다. 교정, 교열은 어마어마한 꼼꼼함과 침착함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분야라 사실 나도 늘 실수를 하곤 한다. 몇 번이고 원고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눈에 익어 틀린 부분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 맙소사! 옥의 티같은 오탈자는 왜 꼭 인쇄를 넘기고 나서야 눈에 보이는 건지. 이런 직업적 경험으로 보건대, 이 책의 오탈자는 심약한 편집자가 몇 번이고 들여다보다가 놓쳐 인쇄 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던 실수는 아닌 듯하다. 너무나 잘 보이는 곳에 너무나 많은 오탈자가 있다. @_@ 

레이아웃은 사실 디자이너의 영역인데, 잘 읽히는 편집 디자인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아주 작은 디테일로 그것이 결정된다는 것. 너무나 명백한 오탈자를 그냥 둔 것으로 봐서는 편집 디자인을 위한 고민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오탈자가 잘 보였다.               image from pixabay, Tumisu

 

알맹이가 중요하지, 포장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알맹이를 잘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작가들은 포장에도 신경을 쓴다. 왜냐하면 내가 만든 알맹이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니까. 사람들의 눈에 우선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잘 된 포장이니까. (책 안쪽의 편집 디자인까지 포함해서.)

 

이쯤 되면 다시 첫 번째 이유와 연결이 된다. 잘 포장된 첫 인상에서 생긴 기대감을 알맹이가 만족시킬 수 없다면? 나처럼 시간을 들여 콘텐츠를 흉보는 사람이 생기는 결과를 얻게 된다.

 

콘텐츠를 인쇄물이나 영상으로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가 쓴 말이나 글이 다시 내게로 돌아올 수 있음을 잘 안다. 책이나 영상을 만드는 실무자들이 얼마나 시간과 예산에 쫓기고 있는지도. 그러니 결국 이 리뷰는, 제목에도 썼다시피, 앞으로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이런 기본을 지켜 최선을 다해 만들어지는지 점검하기 위한 최소한의 리스트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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