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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업 캠페인을 만들고 싶다!(2) <meals, Maille, memories>

[Review] 걸리는 대로 콘텐츠 리뷰

by 콘텐츠가든 2020. 7. 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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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인 메시지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법, Maille 사의 브랜드 캠페인 영상

 

일단, 영상을 먼저 보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https://vimeo.com/392512534

 

이 영상은 디종 머스터드로 유명한 - 우리집 냉장고에도 한 병 있는 -  Maille사의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다. 당연히 식품 관련 레퍼런스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보면서 참 감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너무 해보고 싶은 시도였어서 마음이 팔딱팔딱 뛰기도 했다.)

 

어떤 부분이 그런지는 지금부터 '솜솜 뜨더' 보자. 늘 그렇지만 문장 노동자인 나로서는 나래이션이나 캠페인 슬로건, 헤드카피 같은 것들이 먼저 레이더에 들어온다. 이 영상이 브랜드 캠페인이구나 생각하는 이유는 역시 제품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인데, 나래이션의 전문을 옮기다보니 <모든 식사(음식)에는 이야기가 있고, 모든 이야기는 추억이 된다는 부분(머스터드색 텍스트)>이 역시나 키 카피인 것 같다. 

 

<나래이션> 

A lot of people every here,

10 thousands stories has began.

For every meal a story

For every story a memory

Wars has started here,

Love story and everything in between

Kings Queens Popes poets Lovers Fighters Royals Theives

who every you are take a seat.

Well all eat together

Will it good great food

We talk, we love, we crying,

And when it’s all over, we’ll say

This moment I’ll never forget.

Meals, Maille, Memory.

 

 

그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 왕과 왕비, 교황과 시인, 연인들과 싸움꾼들, 왕족과 도둑들 사이의 모든 이야기들이 한끼의 식사에서 비롯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의 이야기들을, '말하고 사랑하고 운다'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을 뒤돌아볼 때를 연상시키며, 끼니와 추억을 연결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M으로 시작하는 식사(meals)와 추억(memories) 사이에 브랜드(Maille)를 슬쩍 끼워넣는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식사의 기억에 언제나 Maille가  같이 있었잖아." 라는 느낌이랄까? 똘똘하기도 하지.

 

 

물론 이 멋진 나래이션과 상징적 의미들을 완성하는 것은 멋진 비주얼이다. 전체적인 진행은 카메라가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마친 식탁을 훑는 영상들 사이사이로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교차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두 가지인데, 다 먹고 난 식탁의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는 점과 인물(왕과 왕비 등등)을 음식의 스타일링을 통해 표현했다는 점이다.

 

식음료 쪽 영상은 말끔하게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푸드 스타일링이 연출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식사가 다 끝난 식탁의 풍경? 일단 시각적인 요소 자체가 뭔가 다르다. 이미 먹은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좀 더 인간적인 느낌도 든다. 심지어 맨 마지막에 나오는 머스터드 마저 통이 반쯤 비어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스타일링의 승리랄까? 

 

 

그야말로 한바탕 이야기들이 벌어졌을 것 같은, 많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나누었을 이야기들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한 컷들이다.

 

그리고 나래이션에서 언급하는 인물을 음식을 통해 드러낸 연출이 너무 좋다.

'왕'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 나오는 비주얼. 엄청 클래식한 정물화 느낌이다. 무척 사치스럽기도 하고. 
'왕비'라는 단어가 나올 때의 비주얼. 이 순간에 베르사유 궁전의 '마리 앙뜨와네트'를 떠올린 사람이 나 혼자뿐일까? 

 

'시인'을 표현한 비주얼. 예민한 감성을 가진 자들이 닿고야 마는 파국이랄까? 랭보가 생각났다.
'도둑'이 나올 때 등장한 비주얼인데, 캐비아는 엄청 귀한 음식이니 도둑이 탐낼법도?

 

홍보영상을 제작하면서 여러 가지 난처한 상황을 겪곤 하는데 (그건 모든 클라이언트잡이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나래이션의 워딩을 그대로 영상으로 드러내어 보여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만약 Maille의 브랜드 캠페인에서 '왕'이 언급되는 장면에서 왕좌에 앉아있는 진짜 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내가 시간을 내어서 솜솜 뜨더보며 리뷰를 작성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영상을 통해서 어떤 느낌을 전달하려고 할 때, 직접적인 이미지로는 느낌을 만들기가 어렵다. 뻔하기도 하거니와 '아, 그렇군~'하면서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내용과 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이 해석하고 느낄 수 있는 '행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물론, 연출자가 의도한 느낌과 시청자가 실제 느끼는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시청자의 느낌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연출해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업계 최고의 몸값을 받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캠페인은 나래이션이나 연출, 스타일링 등 모든 측면에서 두고두고 뜯어볼 만한 교과서의 역할을 할 것 같다.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어 간질간질하지만,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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