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기업 스토리텔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몇해를 제외하고 롯데물산의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왔고, 뿌듯하게도 롯데어워즈에서 2018년 대상, 2019년 우수상, 2023년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코로나 극복 과정을 글로 옮기기도 했고, 여러 기업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제법 여러 건 진행했습니다.
사실 늘상 하던 일이라 딱히 이런 종류의 작업이 어떤 범주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요.
롯데물산 프로젝트 때문에 롯데어워즈의 모집요강을 확인하면서 직접적으로 '아, 우리가 하는 일이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이구나'라는 걸 새삼스레 인식하게 되었어요. 사례 제출 가이드를 다시 찾아보니 '기업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비즈니스 내러티브 형식'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요.
그렇다면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큰 맥락에서는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storytelling은 말 그대로 '이야기' 또는 '이야기하기'죠.
내러티브 narrative는 보통 '서사'로 번역됩니다. 이야기 이상의 어떤 요소, 그러니까 구성, 형식, 대사 등을 모두 포괄한 표현입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 작가는 블로그에 스토리와 플롯, 내러티브의 차이를 정리해두었는데요. 스토리는 이야기 그 자체이고 플롯은 이야기의 구조가 구성으로 사건들이 가진 연관성을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내러티브는 애매하지만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야기가 재미있고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스토리와 플롯, 내러티브를 다 갖추어야 한다고도 쓰여 있네요.
한편,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미라 엘 우아실 외, 원더박스, 2023)>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러티브는 이야기의 작은 단위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내러티브를 '무수한 다른 이야기들을 싹틔울 수 있는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내러티브가 '우리에게 혼란스러울 정도로 매우 단순하게 이야기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이런 면에서 저는 내러티브가 반복 재생산될 수 있는 일종의 이야기 구조라고 이해했습니다.
흠, 그런데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스토리텔링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 사용될 때가 많잖아요?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이라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쉽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경영이나 홍보 등 기업 활동에 대한, 혹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스토리텔링 혹은 내러티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과물로 이야기해 보자면 회사소개서도 될 수 있고 제안서, 기획서, 홍보영상, 브랜드필름, 스타트업 피칭, 제품 상세 페이지, 웹사이트 카피라이팅, 보도자료, 브로슈어와 리플렛까지 모두 다 스토리텔링의 영역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결과물을 스토리텔링 혹은 내러티브라 여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픽사나 마블 영화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고,
기업 홍보물에 딱히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기업에서 만든 회사소개서나 브로슈어, 웹사이트 등 결과물들이 흥미롭지 않거나,
아니면 결과물에서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찾을 수 없다고 느낄 수도 있죠.
하지만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스토리텔링은 중요하고, 반드시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앗, 이것은 이야기군!' 이라고 직접적으로 인식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매일매일 고객들을 향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요.
하지만 당연히 픽사나 마블 영화와는 다른 범주의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없는 내용을 상상해서 적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는 안 되니까요.
기업 스토리텔링의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제품 상세 페이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상세 페이지의 첫머리에는 소비자의 욕구를 건드리는 이야기들이 놓일 수 있습니다.
제가 귀를 팔랑대며 홀딱 잘 넘어가는 '다이어트' 관련 제품이라면,
'이제 곧 여름이 오는데 살 빼야하지 않겠냐' 라던가 '요요가 지겹지 않냐' 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가장 처음으로 놓이겠죠.
여기에 공감한 소비자 혹은 독자는 다음 내용으로 넘어갑니다. (그래, 올해는 꼭 살을 빼야지! 라고 결심하면서요.)
이 제품은 이러이러한 장점들이 있어서 당신의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이것은 의학적으로 혹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아니면 테스트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안심시킵니다.
기대하는 소비자 반응은 '오,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겠네' '이번에는 진짜 빠질 수도 있겠어' 일 겁니다.
그러고 나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이용해 '써본 사람들이 다 추천'한다는 내용이 나오죠.
몇 분에 몇 개가 팔린다거나, 추천 리뷰 내용을 공개하기도 하고, 셀럽 누군가가 사용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인증에 관한 이야기이자,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일 겁니다.
어쩌면 마지막에는 '자,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거 오늘이 마지막이다?' 정도의 내용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매진 임박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둘 수도 있고 2차 입고 물량은 한 달 후라는 이야기도 슬쩍 흘릴 수 있겠죠.
물론 내용의 순서는 제품의 가격이나 성격, 경쟁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앞에서 내러티브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단순화한 서사 구조'라고 적었는데요.
그렇다면 제품 상세 페이지의 내러티브는 무엇일까요?
"이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당신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겠죠.
사실 모든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은 '변화'를 다룹니다.
주인공인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변화'를 겪게 되거든요.
우리 모두에게는 '내가 주인공'이라는 관점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변화'를 약속하거나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하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상세 페이지 외에 기업의 다른 스토리텔링에는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통상 A4 10매 정도로 작성하는 원고인 어워즈의 사례 제출 가이드에서 한 번 힌트를 찾아보겠습니다.
가이드에서는 제출해야 하는 비즈니스 내러티브, 그러니까 이야기의 구조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소개하려는 프로젝트가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위기이자 문제였는지를 소개하고, 이를 어떤 과정을 통해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의 해결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의미를 해석하는 3단 구조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한편으로 고객을 설득하거나 투자자에게 확신을 주어야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해보죠.
그럴 땐 이야기의 내용도 달라지겠지만 구조도 달라져야 할 겁니다.
<AI스타트업 스쿨 위드 서울>의 두 번째 세션을 통해 알게된 스토리텔링 프레임 워크가 좋은 방법론이 되어줄 것 같아요.
이 프레임 워크에 따르자면 우선은 창업자/팀이 발견한 문제점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는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문제 때문에 고객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고객이 일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다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찾은 솔루션을 알려줍니다.
물론 듣는 사람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려운 기술 용어를 쓰지 말자는 이야깁니다.)
만약 이 솔루션이 제대로 먹힌다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잠재 고객이 되었든 투자자가 되었든 각 구성 내용에 공감한다면 당신의 피칭은 성공입니다.
물론 그 성공이라는 게 당장 구매나 투자가 일어난다기 보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일 수도 있지만요.
이 구조를 앞서 예로 들었던 다이어트 제품 상세 페이지와도 한 번 비교해 볼게요.
어쨌든 우선적으로 문제점을 인식시켜야 하겠죠. (살 빼고 싶지 않아?)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양방향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살쪄서 자존감이 떨어져있지 않니? / 만약 살빼기에 성공하면 사람들이 너를 다르게 볼거야.)
상세페이지에서는 제품 그 자체가 솔루션일 것이므로 제품의 장점을 어필하는 방식이 될 테고요.
혜택이나 이익은 진짜 살이 빠진다면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게 할 수도 있고 비포 앤 애프터를 보여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뭔가 판매를 위한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은 들죠.
듣는 사람을 어떻게 상정하느냐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변화의 방향에 따라
그리고 이끌어내고 싶은 액션에 따라 이야기의 구조도 달라져야 합니다.
실제로 작성하자고 하면 그리 쉽게 뚝딱 써지지야 않겠지만, 위에 말씀드렸던 기본적인 여러 구조를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죠?
글쓰기라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회사에서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맡겼나요?
콘텐츠가든으로 연락주세요. 술술 잘 풀리는 이야기로 만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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