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슈어나 브랜드북, 기업 영상 등을 기획하다보면 많은 담당자들을 만나게 된다. 담당자들의 직함은 다양하다. 대리 혹은 주임, 차장이거나 부장일 수도, 때로는 대표와 직접 이야기할 경우도 있다. 당연히 기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애정이 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종류의 인터뷰든, 좋은 인터뷰이는 말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방향이 틀리지 않다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언제나 매력적인 이야깃거리가 발견된다.
아무리 애써봐도 이재(理財)에는 눈이 밝지 않아 남들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동안, 이야기 채굴에 더 골몰하는 나로서는 담당자들이 들려준 그 매력적인 이야기를 기업의 홍보 콘텐츠로 만들면 좋겠어서 입술은 달싹, 엉덩이는 들썩거리며 설득 작업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정색하고 체면치레하는 이야기들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공식적이고 갖춰진 메시지의 대부분은 표현의 요철이 조금씩 다를 뿐, <글로벌 넘버원>으로 수렴되곤 한다.
지금은 안다. 여러 편을 작업하는 나나 스태프들은 무언가 새로운 결과물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더 효과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믿지만) 한 편의 영상, 한 권의 브로셔를 만드는 것이기에 공식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싶어하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그 입장차로 인한 서로간의 간극을, 지금은 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과 전문가로서 최적의 접점을 찾아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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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상은 콘텐츠 가든을 막 시작했을 때, 사회에 첫발을 딛는 사회 초년생처럼 자신감에 차 호기롭게 만들었던 클립이다. 저 클립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지금은 어느 만큼 순진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그만큼 시간도 경험도 조금은 더 쌓였다는 뜻이리라.
다시 들여다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갔다. 그러다 결국 내가 콘텐츠 가든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일이 기업이, 사람들이 가진 빛나는 한편 매력적인 이야기를콘텐츠로 만드는 것이었구나- 하고 순진함을 초심으로 슬쩍 바꾸어 보듬어본다.
누가 뭐래도, 새해가 시작되었으니까.
20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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