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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면? - 4억 수주 PT 사례

[기획노트]

by 콘텐츠가든 2024. 10.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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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목표와 개요로 발표를 시작하는 딱딱한 경쟁PT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말랑한 단어가 들어갈 틈이 있을까요? 

 

어쩌면 다들 경직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와중이라 '스토리텔링'이 좀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했던 프로젝트 중 제안 프리젠테이션에 이야기 요소를 보태 진행했고, 

결국 약 4억 원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사례를 소개해 드릴게요. 

 


 

CJ제일제당 안에 있던 사료축산 사업부가 CJ Feed&Care로 독립하며서 홍보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CJ제일제당의 통합연구소인 Blossom park 건축 다큐와 홍보영상 포트폴리오가 있어 경쟁 PT에 참가하게 되었고요. 

 

CJ Feed&Care는 국내보다는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터라 해외 3개국 이상의 농장과 공장 촬영이 필요했습니다. 영어는 물론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까지 여러 언어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히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프로젝트 규모도 커졌어요.

 

이렇게 큰 프로젝트일 줄 모르고 입찰참가 신청을 했지만, 어쨌든 참가하기로 한 만큼 꼭 수주하고 싶었습니다. 

 

CJ Feed&Care 웹사이트 캡쳐

 

입찰참가 신청서를 낸 후에는 당연히 고객사 스터디를 열심히 해야죠. 

고객사를 위해서 영상이나 제작물을 만들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고객님의 고객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노트북이나 자동차처럼 제가 직접 소비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나마 낫지만 

특히나 고객사가 CJ Feed&Care처럼 1차 산업 B2B시장의 플레이어라면 특히나 어려운 문제가 되죠. 

 

 

그렇게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양돈저널, 양계저널 등 업계 뉴스지와 사료축산 관련 논문까지 찾아가며 '빡시게' 고객사의 정보를 파악했습니다. 덕분에 몇 가지 특징적인 내용들을 알 수 있었고 해외 시장에서 고객사의 성과나 포지셔닝도 알 수 있었죠.

 

무엇보다 자료를 계속 읽으면서 '아, 이 기업은 이런 캐릭터'라는 인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업의 캐릭터 파악은 영상 기획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여러 번 경쟁 PT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단순히 제작물의 기획이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우리가 정의한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목적을 고객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하고,

기획을 잘 하는 것 외에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우리의 방법론이 유효하다는 점도 설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겠다,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하고요.

 

 

이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우선은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고객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정리해야겠죠.

저희의 제안에는 이런 특징이 있었어요.

 

1) 출범 직후라 활용할 수 있는 브랜드 에셋(자료)가 부족할 것이므로 여러 영상과 사진을 패키지 형태로 제작하겠다

 

2) 홍보영상에 이야기 구조를 적용해서 시청자들이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하겠다

 

3)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때였으므로) 해외 촬영은 현지 프로덕션을 활용해 원격으로 진행해서 시간이나 비용 측면의 효율을 높이겠다

 

발표 마지막에는 언제나 요약 혹은 wrap-up이 필요합니다

 

 

제안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의 저희 특징이 또 하나 있는데요.

 

제안서는 최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작성하되, 프리젠테이션은 이해하기 쉽게 제안서 내용 중 핵심만 톺아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발표 자료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탓에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꼭 수주하고 싶은 열망을 담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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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 제안서 일부를 보여드릴게요

 

 

발표는 이렇게 했어요

 


 

 

그러면 이제 발표를 어떻게 했는지 말씀드려 볼게요.

다른 에이전시도 그렇겠지만, 저희는 발표 순서에 따라 전략을 조금씩 다르게 짜고 있어요. 

 

예를 들어 첫 순서에 발표를 하게 되었다면 프로젝트에 대한 프레임 선점에 공을 들입니다. 

왜냐하면 심사위원들은 첫번째 발표를 기준으로 뒤의 발표들을 비교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럴 때는 첫 단계인 프로젝트 정의부터 디테일하게 가져갑니다. 

프로젝트 정의는 사실 개요 수준에서 단순히 '영상 제작으로 홍보 효과를 높인다' 정도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어떻게'를 포함해서 조금 더 구체화해두면 발표 때나 실제 제작 때나 모두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영상을 한 편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 자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라던가, 

"한 편의 영상으로 10편의 효과를 내야하는 프로젝트로 정의했다" 또는,

"설득에 포커스를 맞추어 영업사원을 지원하는 영업툴로 만들어야 한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저희의 발표는 이런 프로젝트 정의를 바탕으로 하니까 기획이나 운영이 정의나 목적에 잘 맞아 떨어질테고, 만약 뒤에 발표하는 다른 에이전시들이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부분으로든 비교가 될 것을 노리는 겁니다. 

 


 

 

앞서 예를 든 것과는 반대로 CJ Feed&Care는 가장 마지막에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발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데요. 

<불후의 명곡>에서 마지막 공연자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제 발표가 가장 최신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은 장점, 앞서 반복된 내용의 발표를 들은 심사위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는 건 단점이죠. 

 

어차피 참가한 다른 에이전시들은 다 규모도 크고 쟁쟁한 곳이었기 때문에 저희 목표는 콘텐츠가든에 대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고 발표도 여기에 맞춰서 준비했습니다. 

 

우선은 앞서 세 팀이나 되는 발표를 들은 심사위원들의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슬라이드 맨 앞장에 백지를 띄우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제 머릿속이 바로 이랬습니다.
그런데 저희 한 달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떨지 않고 잘 말씀드릴 수 있도록 박수 한 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행히 발표장에 계셨던 분들이 모두 '떨지 말고 편하게 해요'라고 하시면서 격려해주신 덕분에 발표 현장의 분위기도 한 번 환기가 되었고 긴장이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에서 발표를 시작할 수 있었죠. 

 

고객사에 대한 정보가 백지처럼 새하얀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우리가 열심히 스터디를 했고, 결과적으로 고객사의 이러이러한 특징을 뽑아낼 수 있었다는 내용을 첫머리에 짚었습니다. 

 

그래서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영상은 한 편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지향하는 필름 패키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습니다. 여러 편의 패키지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히어로물에서도 <수퍼맨>의 시대가 아니라 <어벤저스>의 시대가 왔다는 예시를 들었고요.

 

사실 이런 예시를 든 이유는 저희가 제안 발표의 핵심 스토리텔링을 '영웅 모험 서사'로 잡았기 떄문입니다.

 

 고객사는 국내보다는 동남아시아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고 특히 베트남에서는 2위, 인도네시아에서는 3위였기 때문에 R&D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개발해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점을 '영웅 모험 서사'로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동종업계에서 홍보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분석했습니다. 

여러 이유로 권위적인 느낌이 강한 동종업계 홍보영상의 무드와는 다른 영상을 만들 필요성을 어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동남아시아 사료축산(주로는 사료) 시장 강자들의 이니셜이 'C'이고 

고객사인 CJ Feed&Care도 'C'로 시작한다는 점을 활용하기로 했죠. 

고객사의 컬러를 활용해 수퍼 히어로처럼 보이는 캐릭터도 하나 만들어서 넣고 이렇게 코멘트 했습니다. 

 

 

태국계 C사, 미국계 C사
농가와 함께 하는 우리의 C사 


 

 

그 다음에는 그러면 이런 영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그러니까 구체적인 기획 방향을 정리해서 제시해야 합니다.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것인지도 고민해야겠죠. 

저희의 전략은 역시나 '스토리텔링의 활용'이었습니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강점과 히스토리 등 정보를 이야기의 구조 안에 넣어서 시청자들이 더 쉽게 기억하고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자는 일종의 '장치'를 제안한 거죠.

 

그 과정에서 저희가 스터디를 열심히 했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고객사가 오늘날에 이르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영웅 모험 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다음엔 '영웅 모험 서사'란 어떤 것이고 고객사의 이야기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죠. 

 

물론 대다수 기업 고객님은 '흑역사'를 들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설득하기 위해 '픽사의 스토리텔링 법칙 1번'까지 끌고 왔습니다. 

"캐릭터가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라"는 것이죠. 

그것이 "캐릭터를 응원할 이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잘 나가고 있으니 그 옛날 흑역사를 극복한 것은 브랜드 헤리티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항상 설득은 열심히 합니다만, 홍보영상 쪽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엔 기획으로 세운 뼈대에 살을 붙일 차례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 하는 걸 보여주는 거죠. 

촬영의 톤 앤 매너, 그래픽의 방향성, 카메라나 모션 그래픽의 특징적인 점들을 짚어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영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라는 점을 열심히 어필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특별히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해외 촬영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저희는 국내 촬영 이후 매뉴얼을 만들어서 해외 촬영팀의 리모트 촬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제안했습니다. 

 

중요한 지점은 단순히 해외 촬영팀을 찾아서 하겠다-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해당 지역의 해외 제작팀을 찾아서 연락을 하고 그들의 특징과 포트폴리오까지 다 정리해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말이든 글이든 이야기는 끝으로 갈수록 수월하게 풀립니다.

저는 종종 엉킨 실뭉치를 푸는 과정을 상상하곤 하는데요.

 

놓여야 하는 정보, 내용, 메시지들은 사실 어느 정도 정해져있습니다. 

그 와중에 어떤 정보를 첫머리에 놓고 그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가져와야 자연스러울까, 혹은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거나 해결할까 고민하면서 정보들을 배치하다보면 끝으로 갈수록 배치할 정보들의 순서가 쉽게 찾아지는데 이때가 가장 즐겁다고 해야할까요, 후련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렇게 해서 프로젝트 일정과 리스크 관리 대책을 제시한 후, 콘텐츠가든 소개를 했고요. 

전체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우리가 제시하는 솔루션을 다시 한 번 서머리한 다음에 

각오 겸 호소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CJ Feed&Care가 써나갈 영웅 모험 서사의 시작을
콘텐츠가든에게 맡겨주십시오. 

 

 


 

 

그래서 결과는? 

심사를 위해 방에 계셨던 여러분들로부터 호감과 관심어린 질문을 많이 받았고, 결국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었죠.

 

 

우여곡절 요절복통 끝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 담당자분께 여쭤봤어요. 

저희 제안이 채택된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저희 발표가 참신하고 재미있어서- 라고 쓰고 싶지만 사실 그건 아니었고요. 

치열하게 스터디한 내용이 발표에 담겨있었고, 한 단계 더 나아간 준비 내용을 높게 평가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7~8년 전의 신문기사부터 논문까지 다 뒤져서 찾아낸 자료들을 기반으로 발표하자 

"저런 이야기는 오리엔테이션 때 해준 거예요?"라고 조용히 담당자에게 물어보셨던 분도 계셨어요. 

 

또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비슷한 데가 있어서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의 돌파구로 다들 해외 촬영팀을 활용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실제로 해외 촬영팀 리스트업을 해 온 곳은 저희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기업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수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슷한 정도의 노력으로 공공기관 입찰 발표를 했을 때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거든요. 

 

공공기관 입찰에서는 무기명 발표에다 실제 수요기관의 담당자나 결정권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외부 심사위원들 비중이 높다보니 정량적인 지표를 중요하게 보면서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CJ Feed&Care 프로젝트는 아주 깊숙히 몰입해서 준비했던 제안 발표였는데 결과가 좋아서 내내 기쁘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덕분에 포스팅을 통해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자원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는 중요한 제안 발표가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내용과 세부적인 실행안이 준비되었다면 거기에 스토리텔링을 한 스푼 더해보세요. 

분명히 인상적인 발표가 될 겁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같이 준비를 해보고 싶다! 하시면 콘텐츠가든으로 연락주세요.

가드너앳콘텐츠가든닷컴(gardener@contentsgarden.com)입니다. 

 

 


 

추신. 처음으로 프리젠테이션과 기획서를 분리해서 발표했던 내용도 포스팅으로 작성을 해두었네요.

그때는 애석하게도 2위로 떨어졌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https://contents-garden.tistory.com/35

 

프리젠테이션과 기획서를 분리하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 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그래도 제안서와 발표 자료를 따로 만들면서 느꼈던 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초기에 (저희 형편에서는 꽤나) 열심

www.contentsgard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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