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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기획노트]

by 콘텐츠가든 2022. 8.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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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남해의 봄날, 2014

남해의 봄날에서 출간한 [어떤 일, 어떤 삶]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월간 <디자인>의 기자로 일했던 저자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7명의 기획자와 경력 20년 이상의 노장 기획자를 인터뷰했다. 전시, 공연, 마을, 베이커리, 홍보, 교보문고, 비영리단체 모금 기획자까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제각기 다른 분야의 기획자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홍보대행사 프레인과 프로덕션으로 일을 해본 적이 있었어서, 프레인 소속의 인터뷰이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홍보와 마케팅 사이, 애매한 경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 터라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획의 정의가 궁금하기도 했고.

 

각 인터뷰는 1) 인터뷰이 소개   2) 인터뷰 원고   3) 인터뷰이의 기획노트  4) 기획 관련 Q&A  로 구성되었다. 메인이 되는 것은 저자가 작성한 인터뷰 원고인데, 인터뷰이 관련 배경 지식과 기획 전반에 관한 인터뷰이의 생각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3) 4)에 해당하는 기획노트와 Q&A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된 것이어서, 2)인터뷰 원고에서 읽었던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기획안 작성법' 같은 것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중간 즈음, <기획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라는 페이지를 통해 대략적으로 기획이 전개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분야를 불문하고 기획의 틀에 대한 감을 잡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STEP 1. 프로젝트 목표 설정 - 과제 인식하기

STEP 2. 프로젝트 환경 분석 - 시장 트렌드 분석 / 클라이언트 및 소비자 니즈 분석 / 개발 제품, 서비스, 기업 콘텐츠 분석

STEP 3. 팀 구성과 라인업

STEP 4. 기획의 콘셉트 도출 

STEP 5. 세부 전략, 실행방법 수립

STEP 6. 프로젝트 본격 실행 

STEP 7. 프로젝트 완료, 리뷰하기

 

출처: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김영미 저, 남해의 봄날, 2014 - p. 128~131

 

 

기획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모인 책이여서인지, 저자가 글을 잘 톺아냈기 때문인지 밑줄 긋고 내내 생각했던 문장들이 많았다. 그 중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기획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답이 될 만한 문장을 발견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기획이란 어떤 목적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떤 일이건 그 일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중심을 잡아주고
뼈대를 세워가는 일,

즉 기획은 어떠한 결과물에 대한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p.8 Prologue 세상 모든 일에는 기획이 필요하다 중 - 

기획의 가장 밑바탕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들을 엮어
목표 지점에 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가치있는 방법을 만들어낸다는
공통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 p. 225 Epilogue 일을 통해 삶이 단단해지는 기획자들 중 - 

진정한 기획자는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기획을 통해 그 분야를 확장해나가야 한다.
- p. 233 눈빛 출판사 이규상 대표 인터뷰 중 -  

 

 

이 중에서도 마지막 문장, 눈빛 출판사 대표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콕 박혔다. 늘 고만고만한 프로젝트 기획서를 작성하며 슬럼프인지 매너리즘인지 모를 상태에 머물러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좀 들었다고 해야하나. 그동안 늘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기획서를 써내면서 괴로운 와중에 느꼈던 즐거움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예산은 늘 부족한데 어떻게 하면 좀더 효과적으로 내지는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까?

늘 비슷비슷한 내러티브를 벗어나려면 어떤 형식을 시도해보는 게 좋을까?

흔히 보던 것과는 다른 이 기획으로 고객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이거다!' 싶은 해결책을 찾아내면 그때부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 섞인 두근거림도 시작되었다. 고객과 스태프들이 그 해결책에 공감할 때, 모두가 영차영차 프로젝트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갈 때 가장 즐겁다. 물론 폭망할 때의 좌절도 못지 않게 컸지만.

적어도 나에게 기획은 새로운 도전 과제를 받아들고 자꾸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을 때, 시도하는 과정에 대한 권한이 나에게 있었을 때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책에서 건진 인사이트를 반영하면서 기획을 했더라면 여태까지의 내 기획이 좀더 반짝거렸으려나 싶다. (이건 기획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지껏 기획을 붙들고 끙끙대며 고민해 온 시간이 있었기에,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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