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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장의 영상 제작기_4] 촬영이 꼭 이 규모여야만 하나요?

[기획노트]

by 콘텐츠가든 2023. 2. 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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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가 가지고 온 기획안에 이과장의 의견을 더하고, 부장님 컨펌까지 거쳐 드디어 이과장의 영상이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하게 되었네요. 온갖 부서의 볼멘소리와 한편으로 격려를 받으며 촬영협조를 구해 드디어 촬영 날짜가 확정되었습니다. 뿌듯하고 기쁘겠군요. 

 

고객사의 실무자로서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촬영팀의 출입증을 받기 위해 이과장은 제작팀에게 인원 확인을 요청합니다. 리스트를 살펴봅니다. 하나, 둘, 셋, 넷.... 열세 명이나 온다고요? 

촬영에 꼭 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건지 이과장은 궁금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컷입니다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입니다. (답은 언제나 내 맘 속에 있으니까.....요? 헛헛-)

촬영에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종에 따라서 촬영팀의 규모도 달라지거든요. 이 부분은 기획단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정할 수 있어요.

 

# 어떤 카메라인지가 중요해? 응. 중요해.

아마 이과장이 맞이하게 될 촬영팀은 '시네마 카메라'를 운용하기 위한 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 그대로 영화 촬영을 위해 개발된 카메라들인데요, 브랜드로 꼽아보자면 아리(ARRI)나 레드(RED)가 많이 쓰이는 편입니다. 시네마 카메라는 가격도 어마어마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구조여서 팀 규모도 크고 비용도 높습니다. 어떤 인원들이 필요한지 알아볼까요?

 

1) 당연하게도 촬영팀

촬영 감독님과 별도로 카메라를 운용하기 위한 3~5명의 스태프들을 필요로 합니다. 본체 자체도 무겁지만, 렌즈에 모니터에 각종 장비들이 당글당글 달리게 되면 카메라 무게가 장난 아니거든요. 하루 종일 진행되는 촬영이라면 카메라를 수십 번도 넘게 옮겨야 할텐데 인원이 적으면 옮기느라 힘을 다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스태프들이 힘만 쓰려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촬영을 할 때에도 포커스를 집중적으로 보는 사람, 컬러 데이터를 보는 사람 등 각기 역할이 있습니다. 카메라의 짝꿍인 렌즈 세트들은 핵가방처럼 생긴 플라스틱 하드 케이스 안에 고이고이 모셔져있는데요. (그리고 이것도 제법 무거워요.) 멀리 찍거나, 가까이 찍거나, 화각이 좁거나, 넓거나에 따라서 각기 적합한 렌즈가 있으므로 렌즈를 챙겨서 카메라에 장착하고 뺀 렌즈를 다시 잘 넣는 역할의 담당자도 필요합니다. 일단 여기까지 짚어도 촬영 감독님 포함 4~7명 정도가 되죠.

 

2) 좋은 때깔 만드는 조명팀

시네마 카메라가 있다면 반드시 조명팀도 있을 겁니다. 카메라의 역할이 크기는 하지만 조명 없이는 좋은 화면을 만들어내기 어렵거든요. 조명은 영상의 기본적인 톤을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특정 상황을 연출할 때에도 꼭 필요하죠.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밤에 낮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던가 하는... 엄청난 일도 조명팀은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력 소모 - 파워 파워업!! - 가 심할 수 있으니 낮 촬영은 낮에 하는게 좋죠. ^-^;;;) 기본적인 조명 장비를 운용하는 조명팀이라도 최소 2~4명은 되어야겠고, 밤낮을 바꾸는 신공을 갖춘 장비의 유무나 촬영 현장 규모에 따라 조명팀 인원도 쑥쑥 늘어날 수 있습니다. 촬영팀에 조명팀 더하면? 6~10명 내외가 되겠네요.

 

3) 이건 몰랐지? 사운드팀

그럼, 사운드는 어떻게 하죠? 촬영하면 자동으로 들어올까요? 슬프지만 아닙니다. (들어오기야 하지만 사용하기 어려운 품질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사운드팀도 합류하게 되죠.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배우의 대사와 현장음을 함께 담는 동시녹음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촬영장 스케치 영상들을 보면 길다란 작대기 끝에 털이 부숭부숭한 마이크 달린 작대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분을 보셨을거예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헤드폰을 끼고 장비를 만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거고요. 이 분들이 동시녹음팀이예요. 최소 2~3명은 기본이죠. 영화, 드라마 외에 핀 마이크든 노래방 마이크든 화면에 담기는 사람이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영상이라면 동시녹음 대신 마이크와 카메라를 연결해서 사운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사운드팀까지 더해본다 하면 얼추 8~12명이고요.

 

4) 진행자 겸 책임자 연출팀

촬영팀이 나홀로 와서 (이미 스태프가 많지만) 척척 알아서 촬영을 하고 가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어서요. 촬영의 원활한 진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인원들이 또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PD 혹은 AE 라는 직함의 분들이 이 역할을 하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연출부라고 불리는 일련의 인원들이 이런 일들을 합니다. 아, 그리고 여기에는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감독님도 포함되겠죠. 자~ 그러면 타란! 10~15명은 그냥 순식간에 필요해집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 손발이 잘 맞는 팀,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는 스태프들이 모여서 '나는 오늘 반드시 정시 퇴근을 하고야 말겠다!' 열의를 불태우며 촬영을 한다면 대충 이 정도 규모라는 겁니다. 손발 안 맞고 서로 데면데면한 스태프들이 팀을 이루면, 시간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안 좋거나, 인원이 더 많이 필요해지거나 하겠죠.

 

보는 것만으로 복잡하기 그지없는 카메라들- 뭘 어디에 연결하는지는 촬영팀만 안다

 

 

# 작은 규모로 촬영을 해도 괜찮을까? 응. 괜찮아. (때에 따라서는)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늘 같은 문제를 맞닥뜨립니다. 속담 내지는 격언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한결같은 문제죠. 

 

"예산은 적고 할 일은 많다."

 

다른 분야의 감독님들께 여쭤봐도 다 똑같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영화 예산은 작으면 몇억에서 때에 따라 몇십억 씩 하지만 그래도 모자라다고. 광고 예산은 기본 1억 원 이상이지만 그래도 모자라다고. (다른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광고나 영화가 아닌 영상들도 많이 필요하잖아요? 홍보영상이나 유튜브 콘텐츠, 영상 매뉴얼, 전시회 영상 등등이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데요. 이런 범주의 영상들에는 보통 억대 예산이 배정되는 경우는 없어서 역시나 위에서 말한 문제를 특히나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됩니다.

 

보통 시네마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기대에 미치는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색보정 혹은 D.I. 라 불리는 작업을 한 번 더 거치게 됩니다. 이 역시 예산을 늘리는 요소가 되죠. 그래서 저는 드라마타이즈 영상이나 영상미가 몹시 미친듯이 필요한 영상이 아니라면, 그리고 예산이 빠듯할 경우에는 특히 더 미러리스 카메라를 바탕으로 팀을 꾸리는 것을 말씀드리고 있어요.

 

주로는 인터뷰를 베이스로 하는 영상이나 미술팀이 필요하지 않은 작은 규모의 연출 영상들에 제안하고 있고요. 인터뷰 영상이라면 오히려 카메라를 2대, 예산이 넉넉하다면 3대 정도를 각기 다른 앵글에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라면 촬영팀, 조명팀을 간소하게 꾸릴 수 있어 손발 착착 맞는 팀이라면 2~3명의 인원으로도 촬영과 조명을 커버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한두 명 정도 인원이 더 있으면 안정감있게 그리고 비교적 신속하게 촬영을 운영할 수 있고요.

 

비교적 간소한 촬영 세팅

 

 

장면 연출에 대한 고민만 충분히 한다면 그리고 성의있게만 촬영한다면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충분히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네마 카메라로 전형적인 장면들을 촬영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물론 이 과장과 함께 영상을 제작하는 팀에서는 연출상 필요하기 때문에, 영상미가 중요한 기획이기 때문에, 예산 안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기 때문에 시네마 카메라를 선택했을 겁니다. 촬영 현장에서는 늘상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게 마련이지만 어쨌든 끝나기는 할테니까요. 카메라에 달린 모니터를 보며 '확실히 화질은 좋네~' 생각한 이 과장.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면 영상 제작에서 7부 능선 정도 넘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촬영 후에는 어떤 과정이 이 과장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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