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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위한 스토리텔링,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 정보의 구조화

[기획노트]

by 콘텐츠가든 2023. 3. 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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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랫동안 기업 고객에게 글을 팔아왔다. 브로슈어나 리플렛처럼 '있어빌리티'가 중요한 글도 있었고 사례집처럼 이미 있었던 일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글도, 60년이 넘는 시간을 한 권의 책에 담기 위한 글도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때로 '스토리텔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내게 오곤 하는데, 막상 프로젝트의 뚜껑을 열고 보면 내가 생각하는 '스토리텔링'과는 거리가 있어 당황스러운 적도 많았다. (담당자들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정확한 정의 없이 프로젝트 제목을 붙였던 게 아닐까 싶다.)

 

많은 경우에, 혹은 일반적인 경우의 '스토리텔링'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이야기하기'인데 흔히 소설 혹은 픽션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보니 '기업 스토리텔링'이라는 워딩이 당황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그렇다면 기업을 위한 스토리텔링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어떻게 써야하는 걸까?

쓸데없는 고민으로 머리가 무거운 스타일인지라 기업을 위한 스토리텔링,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 대한 생각을 이모저모 해보곤 했다.

 

 

인간은 여기에 있는 그림만 보고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

 

# 어쨌든 인간은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초창기에 '스토리텔링'이라 이름표 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들었던 의문은 이런 거였다. 

 

기업의 메시지가 굳이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되어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면 한심할 수 있는 질문이기는 한데, 지금 생각하는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 덕분에 머릿속에서는 그렇다와 아니다의 찬반양론이 격렬하다.

 

<기업의 메시지가 굳이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되어야 한다> 측 주장.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이야기는 기원 전부터 인간들이 가장 선호해 온 정보 전달 방식이다. 따라서 이야기로 전달되는 정보는 오래 기억될 가능성도, 멀리 퍼져나갈 가능성도 더 높다. 따라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는 이야기로 구성되는 것이 맞다. 

 

<기업의 메시지가 굳이 이야기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측 주장. 

기업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힘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야기는 어느 정도 흐름이 필요하기에 길게 늘어지는 형태가 될 수 있고, 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높다. 이야기를 잘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관심있는 소재일 때이지, 이야기로 만든다고 해서 모든 소재가 다 오래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글 파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머릿속 100분 토론을 대충 마무리해본다.

핵심은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픽션'이라는 시각에서라면 기업의 메시지를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기업의 이야기를 무협소설처럼 쓸 수도 없고(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런 걸 하고 싶어하는 고객님이 없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메시지를 만날천날 구호와 슬로건으로만 점철할 수도 없다. 메시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회사 구호가 저 회사 슬로건과 비슷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 기업을 위한 스토리텔링 = 정보의 구조화

알다시피 이야기에는 기-승-전-결 내지는 위기-절정-결말이라는 구조가 있다. 이야기,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구조화에 있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그러니까 기업을 위한 스토리텔링은 기업을 위해 픽션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메시지를 구조화해서 독자 혹은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대중 혹은 고객들은 우리 기업(고객님)에 관심이 별로 없다. (별로 없으면 다행이지만 사실 전혀 없을 때가 더 많... T-T) 관심이 없으므로 당연히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도 없다. 그런데 뜬금없이 <우리는 글로벌 넘버원이 될 겁니다!>라는 슬로건을 들이밀면 '응~ 그러던지'나 '응~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반응을 얻기 십상이다.

 

# 예를 한 번 들어볼까?

여기에 단순하게라도 정보의 구조를 적용해본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1)기 : 우리는 OO하는 회사입니다.  --> 기업에 대한 기본 정보 제공 

2)승 : 그런데 우리가 2023년에 이~만큼 매출을 해버렸지 뭐예요.  --> 장점을 부각하는 부가 정보 제공

3)전: 글로벌 시장 규모로 보자면 우리 매출액이 시장의 00%나 차지하는 거예요. --> 정보의 해석

4)결: 그래서 우리가 곧 글로벌 넘버원이 될 거예요!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늘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가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을 들이밀기 보다는, <우리가 글로벌 넘버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1인자 보다는 후발기업들에 적합한 방식일 것 같기는 하지만. 

 

1) 기: 우리는 1등을 향해 노력하는 기업이예요.  --> 기업의 상황(아직 1등은 아니야) 에 대한 정보 제공 : 차별화

2) 승: 우리가 하는 노력은 이런 이런 건데요. --> 기업의 특징, 장점에 대한 부가 정보 제공 

3) 전: 이런 노력은 시장에는 이런 효과를, 세계적으로는 어떤 효과를 가져와요. --> 의미 부여

4) 결: 여기에 공감하신다면, 우리가 글로벌 넘버원이 되도록 응원해주세요!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빌드업(build up)은 건축이나 축구뿐 아니라 스토리텔링에도 필요하다

 

 

계속 뭔가 마지막에 메시지가 오는 것이 마뜩치 않다면 이런 구조도 생각해볼 수 있다. 

 

1) 우리가 글로벌 넘버원이 되도록 응원해주세요!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 호기심 유발

2) 우리는 1등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1등과는 다르게 이런이런 노력을 하고 있어요. --> 기업 정보, 특장점에 대한 전달

3) 그래서 우리가 1등이 되면 시장에는 이런 효과가, 세계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있을 거예요. --> 의미부여

4)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를 응원해주세요! -->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강조

 

구조야 그렇다 치고, '우리가 글로벌 넘버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같은 메시지가 채택되지 않는 이유는 '아직 글로벌 넘버원이 아님'을 먼저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체면 깎이는 이야기를 하기는 불편하다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세계 1등은 한 곳 뿐이고 엎치락 뒷치락 하는 위치도 몹시 희귀한 포지션이 아닌가? 다들 글로벌 넘버원이 목표라고 이야기하는 마당이라면 조금이라도 차별화할 수 있는 메시지와 구조를 갖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와는 방향이 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글로벌 넘버원이 사정권 안에 들어 있지 않다면 다른 방향을 미션이나 메시지를 발굴해보는 것이 현실적이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생각한들, 고객님이 싫다는데야 도리가 없다. (그래도 매번 제안은 해본다.)

 

# 가장 중요한 질문, 그래서 누구한테 이야기할건데? 

스토리텔링의 구조, 정확히는 메시지 구조를 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누가 들을 것인가'이다. 사실 이건 구조를 짜는 단계에 앞서 정리되었어야 하는 내용인데 스토리텔링=구조화라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바람에 살짝 순서가 밀렸다.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들에게 전할 메시지와 우리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해본 고객에게 전할 메시지, 우리를 전혀 모르는 잠재 고객에게 전할 메시지는 각기 그 내용이 다르다. 각기 다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구조화가 필요하다.

 

각기 다른 수신자에게는 각각이 필요로 하는 메시지가 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사례라면, 기업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불특정 다수를 고려한 구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투자자라면, 이미 우리 제품을 써 본 사람들이라면 어떨까? 굳이 우리 기업에 대한 소개를 할 필요는 없다.

 

썩 좋아하진 않지만 글로벌 넘버원이라는 메시지로 다시 한 번 예시를 들어보자. 

 

투자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1) 기: 우리는 여태까지 이런 노력을 해왔습니다. --> 기업의 특징, 장점들에 대한 환기

2) 승: 우리의 노력은 재무적으로 이런 성과, 정성적으로는 이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 정보의 해석

3) 전: 앞으로는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이런 방향으로 노력하려고 합니다. --> 계획과 비전

4) 결: 여기에 공감하신다면, 글로벌 넘버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주세요.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제품을 이용해 본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 

1) 기: 저희 제품을 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를 전하기

2) 승: 제품에 만족하셨다면 저희의 더 큰 비전에도 관심을 보여주세요. --> 제안

3) 전: 저희는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어요. --> 기업의 특징, 장점에 대한 환기

4) 결: 저희가 글로벌 넘버원이 되면 이런이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함께 해주세요.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기업의 스토리텔링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전 정보의 수준이나 양을 고려해서 정보를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들을 사람이 원하는,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메시지를 어떤 톤으로 전달하면 좋을까? 하는 것은 다음 포스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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