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반짝이는 아침햇살, 상쾌한 기분으로 이 과장이 사무실에 들어섭니다. 타 부서에서 온 요청사항과 메일을 확인하고 한숨 돌리려는 참인데, 부장님께서 회의실로 부르시네요.
"이 과장, 상무님께서 영상을 만들자고 하시는데."
약간 뜬금없는 말씀이지만, 이과장은 일단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의 행간을 읽어보려 시도합니다.
"네. 요즘 SNS도 영상콘텐츠로 많이 넘어가는 추세니까, 영상이 있으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되겠죠."
"그래. 그럼 이 과장이 맡아서 진행을 좀 해봐."
이것이 이 과장이 영상콘텐츠 제작을 맡아 진행하게 된 이유. 반 정도는 멘붕, 반 정도는 얼떨떨한 상태로 자리에 돌아온 이 과장은 다시금 메일을 확인하고, 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무슨 영상을 만들라는거지?' '왜 만들어야 하지?' '어디에 쓸 거지?' '예산은 얼마지?'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나?' '설마,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회의가 필요하겠네요.
이 과장이 떠올린 질문은 사실 클라이언트와 제작사가 만나는 킥오프 미팅 때, 가장 먼저 명확하게 전달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무적인 영상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 문장으로 치면 육하원칙과도 같기 때문이죠.
영상콘텐츠의 종류: 무슨 영상을 만들라는거지?
이 과장은 부장님이 만들라고 하신 '영상'의 성격을 파악해야 합니다. 무엇에 대한 영상을 만들 것인지를 알아야겠죠. 회사 전체를 소개하는 '기업홍보영상'을 만들라는 것인지, 아니면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 혹은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소개하라는 것인지,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캠페인 영상을 만들라는 것인지를 말이죠. 그것도 아니면 다음 주 전직원 야유회를 다녀와 기록 영상을 만들라는 것인지, 이 과장은 '그것이 알고싶'습니다.
콘텐츠 제작 목적: 왜 만들어야 하지?
물론 모든 기업 활동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수익의 증대'와 연결됩니다. 그렇지만 미디어 기업이 아닌 이상, 콘텐츠 제작이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죠. (실제로 미디어, 콘텐츠 기업 수익모델의 큰 축이 광고라는 점은 함정. ) 보다 정확한 질문은 영상이 혹은 콘텐츠가 수익 증대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라고 할 수 있겠네요.
회사를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우선 회사를 알리기 위한 것인지,
제품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인지,
기존 시장의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것인지,
이미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을 위한 영상으로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지,
잠재 소비자를 우리의 사이트로 끌어오는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등.
이 과장은 부장님 혹은 상무님께 '왜 영상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셨는지'를 여쭤봐야겠네요. 영상에 대한 필요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지 알게 되면 좋으니까요.
미디어 혹은 채널: 어디에다 틀어서 보여줄 거지?
예전에는 영상을 만들면 보여줄 곳이 TV나 극장 뿐이었습니다. (더 꼽아보자면 전광판 정도?) 지금은 영상을 틀 곳이 넘쳐납니다. 웹사이트에 게재할 수도 있고, 케이블 TV, IPTV, 유튜브, 각종 SNS 채널, 언론사의 인터넷 페이지에도 노출할 수 있죠. 간혹 미디어 채널이 오프라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각종 기념식이나 행사에서, 혹은 영업부서에서 클라이언트와의 만남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가 노출될 미디어 혹은 채널은 그 자체로 시청자의 캐릭터와 연결됩니다.
예컨대, 같은 온라인 노출이라 하더라도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영상은 구성이 달라집니다.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비교적 긴 영상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분량도 1분에서 10분 이상까지 유동적입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초반에 있는대로 임팩트를 쏟아부어야 시청자들의 눈을 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편입니다. '어떻게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 문제입니다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단도직입적으로, 다짜고짜 이야기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분량으로 따지자면 초반 30초 안에 승부를 봐야한다고들 이야기하죠.
제작 예산: 예산은 얼마지?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예산에도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장 이과장이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해서도 영상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된 영상 기기가 우리 일상 곳곳에 있으니까요. 또, 제작사들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용에 대한 거품이 빠진 경향도 있고요. 그래서 현재 한 편의 영상은 그 길이나 퀄리티에 따라 제작 예산이 200만 원부터 2억 원까지,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드라마틱하죠?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적은 예산으로 아주 좋은 영상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불필요한 낭비는 없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라인이 있는 홍보영상이라면 기획과 시나리오, 촬영과 색보정, 편집과 그래픽 디자인 등 후반작업의 단계를 찬찬히 다 거치려면 2천만 원 전후의 비용이 듭니다. 광고 제작 예산은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들은 해도 기본적으로 억단위에서 오락가락하는 편입니다.
제작 일정: 언제까지 만들어야 하나?
일정 역시 영상의 성격이나 목적과 연동됩니다. 날짜가 정해진 기념식이나, 행사에서 상영할 영상이라면 당연히 행사 이틀 전 정도까지는 마무리가 되어야겠죠. 새 제품을 소개할 계획이라면, 제품 출시일보다 1~2주 먼저 나오거나, 맞추어서 나와야 할테구요.
정말 드문 경우이기는 한데 킥오프 미팅에서 제작 일정을 확인할 때, '다음 주말까지'라는 답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정중하게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작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무리 대찬 각오와 시간표를 졸라매어 만든다 해도, 다음 주말까지 드릴 수 있는 영상은 다음 주말에 퇴짜를 맞고, 수정과 보완을 거치면서 결국 제대로 된 꼴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들이게 된다죠.
제작사 찾기: 설마,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나?
영상의 성격이나, 기대 효과에 따라서는 이 과장이 직접 영상을 만들 수도 있겠죠. 요즘에는 휴대폰에도 HD의 4배 해상도를 자랑하는 4K 카메라가 달려 나오는 세상이고, 손 안에서 간단하게 편집하고 효과를 넣어주는 앱들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전문 제작사를 찾게 됩니다.
'영상'이라고 뭉뚱그려진 범위 안의 제작사는 그야말로 천차만별. 전문으로 잘 하는 분야도, 일하는 프로세스도, 역량도 모두 다릅니다. 범위를 크게 쪼갠다 해도 광고, 홍보영상, 바이럴 영상, 다큐멘터리, 캠페인 영상, 사내방송, 매뉴얼 영상, 웹드라마, SNS 채널 시리즈, 인터뷰 영상 등 여러 분야죠. 분야를 나누고, 위에 제시했던 사항들을 곱씹으며 고민해본다해도 좋은 제작사 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래서 일단 이 과장의 선택지는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거나, 검색을 해서 직접 제작사를 찾아보거나, 지인들에게 소개를 받거나 혹은 공식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광고 대행사를 통한 영상 제작은 넉넉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직접 찾거나 소개받은 제작사와의 작업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약간의 의구심을 갖게 된다는 점을, 경쟁입찰은 서류작성의 업무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정도만 고려해도 어느 정도 기준이 될 수는 있겠죠?
이 과장이 제작사를 찾고 난 이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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