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말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부 출연연구소의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은 25개나 되고, 매해 많은 연구성과를 일구어 냅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에 보도되죠. 블로그에도 보도자료를 올려둡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성과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NST에서 저희에게 의뢰하고자 하셨던 일은 보도자료들을 블로그 포스팅으로 작성하는 일이었습니다만, 사전 조사 결과 단순히 개별 보도자료를 윤문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좀 더 종합적인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전반적인 이해도를 올리기에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읽을 거리로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종합적인 내용을 다루기에는 특정 포털의 포맷을 따라야 하는 블로그는 매체로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롭게, 다양하게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웹진에 주목했고, 업데이트 주기가 비교적 넓었기 때문에 종합, 통찰, 의미 분석에도 적합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블로그보다 웹진, 산발적이기보다 2018년 성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만들어지는 흐름들에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작업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콘텐츠 제작이 쉽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일단, 한 달에도 몇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연구성과 보도자료가 너무 많고 너무 어려웠습니다. 처음 두 단락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기술적인 설명으로 들어가면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일찌감치 수포자에 문과형 인간인 저로서는 온전히 해독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작업하는 작가들끼리는 '박사님들의 방언을 해석하는 프로젝트'라고 표현하곤 했죠. ^-^;;; )
어찌어찌 어떤 연구 성과인지 이해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에 다다릅니다. 이 문제의 이름은 <그래서 이게 나랑무슨상관인가?>입니다. 보통 과학 연구들은 성격에 따라 단계가 있습니다. 이론이나 기초를 탐구하는 연구에서 곧 상용화되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연구까지 다양하죠. '새로운 원자 발견!!' 이런 성과는 과학계에서는 관심이 집중되는 '빅 늬우스'지만, 우리의 일상에는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는 성과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또 모를 일이기는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출연(연)의 과학 성과들이 우리 삶의 어디쯤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잘 살피고, 성과의 맥락을 파악해서 흥미로운 접점을 만들어 연결하는 것.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살피기 위해서는 출연(연) 보도자료별로 보도량이 많은 성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성과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 보도자료 내용들을 가지고 워드 클라우드도 여러 번 만들어보았죠.
여러 과정을 거쳐 10개의 소주제를 정했습니다.
1)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그들이 온다! #미세먼지 연구
2) 우리도 마션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까? #우주 #한국형발사체기술
3) 소재가 미래를 바꾼다, 출연연이 개발한 꿈의 소재들 #신소재 #그래핀 기반 #메타물질
4) 태양전지, 어디까지 가봤니? #다양한 형태의 태양전지
5) 빛, 세포, 중이온, 양성자, 세균이 우리를 낫게 하리니 #새로운 치료법 #질병의 극복 #건강증진
6) 줄줄 새는 에너지를 줍줍! #에너지 하베스팅
7) 유해물질을 자원으로, 22세기 연금술 #재활용기술 #온실가스à플라스틱 원료 #목재폐기물의 석유화학 연료화 등
8)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세계 최초 출연(연) 개발 기술
9) 나노, 나노, 니나노!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 #나노기술 #나노 기름 뜰채 기술
10) 미래 교통 지도 #자율주행차 #달리는 버스 안 5G #시속 1200Km 아진공 튜브 #수소차 #전기차
웹진은 세로로 긴 타입으로 제작되어 있었기에, 기본적인 캔버스 사이즈만 맞추고 나머지는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서, 여러가지 요소들을 배치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대중의 언어'로 헤드카피를 작성해서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보도자료들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예컨대 타임라인 같은 것들) 취재가 많이 필요했지만, 재미도 있었고 만들고 나서도 '재미있지?' 라며 지인들에게 자신만만하게 보여줄 수 있었달까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콘텐츠들은 결국 웹진이 아니라 뉴스레터로 발송이 되었지만,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보여주셨다는 후문 덕에 뿌듯했던 프로젝트입니다.
2019-2021.
client: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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