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망원경의 성공적인 발사 덕분일까요, 우주 여행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뉴스 덕분일까요? 아니면 다누리호의 발사? 어쨌거나 우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입니다. 최근 강연 형식의 TV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출연자군은 단연 천문학자들입니다. 알쓸인잡에 출연하신 심채경 박사님이 대표적이죠.
알쓸인잡에 출연하신 심 박사님을 보면서 처음했던 생각은 "앗! 한국천문연구원 프로젝트 포스팅을 안 했네!" 였습니다. T-T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필요성에 몹시 공감하며 즐겁게 작업했던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 프로젝트를 정리해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천문연 프로젝트는 <설득을 위한 인쇄물 3종> 만들기였습니다.
(원래는 2종이었는데, 진행하다보니 3종이 되었어요.)
천문연은 연구공간과 관련 시설이 한계상황에 다다라 있는 상태였고, 앞으로의 천문발전을 위해서도 새로운 연구공간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우주복합관(가칭)>을 건설하자는 목표를 세웠으나, 언제나 대개의 일이 그렇듯 문제는 '예산 확보'였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었으므로 당연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를 위한 예산을 받아야 하는 상황.
그렇지만 과기정통부에 '우리가 하려는 일은 엄청 중요한 일이예요! 예산을 주세요!'라고 말하는 부처, 연구기관이 한둘이 아니죠. 이런 제작 배경이 있어 효과적으로 <우주복합관>의 필요성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로 인쇄물 제작을 의뢰해주셨어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프로젝트, 기술 창업 기업 대표님 인터뷰 등 여러 경로로 과학기술 분야 일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습니다. 박사님, 대표님들이 모두 '과학기술'의 전문가이신터라, 보통 사람들의 말로 내용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지식의 저주'라고나 할까요. 이번 프로젝트 역시, 거칠게 본다면 '이과' 천문연이 '문과' 예산 담당자를 설득해야하는 것이었으므로 보통 사람의 관점으로 <우주복합관>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천문연에서 보내주신 100쪽 가까운 자료들과 보고서들을 열심히 읽고 내용을 톱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보고서에는 많은 내용이 꽉꽉 들어차있었습니다. 성과가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니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핵심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자료였죠. 이 중 사람들이 얼른 수긍할 수 있는 내용,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내용, 와우 포인트 등을 찾아내려고 읽고 사람들에게 말해보고 또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천문연 팀장님과 미팅을 가장한 인터뷰를 진행했고요. 그런 과정을 거쳐 기획안을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인쇄물의 성격 = 이해도는 높이고, 공감은 넓히는 자료로 정리했습니다. 프로젝트 정의를 통해서 이 자료의 목적이나 성격, 형식 등을 다시 구체화했고요. 저희가 초점을 두었던 부분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국회의원이든, 담당 공무원이든, 보통 사람이든, '천문'에 대해 가진 인식을 바꾸어보는 시도였습니다. '한가하게 별이나 보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실용학문'으로 말이죠.
실제로 천문학은 이미 우주탐사를 위한, 항법시스템에 관한, 우주위험감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이런 부분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현대의 천문학 역시도 '최첨단' 학문이거든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 <우주복합관>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은 2가지로 세웠습니다.
천문연의 성취, 성과들을 구조화된 정보로 전달하는 것이 첫 번째였습니다. NASA와의 협업을 비롯해 전세계 학회에서 한국천문학의 위상을 높여온 천문연의 활동 관련 팩트들을 전달함으로써, 자료를 보는 이들의 천문 관련 인식과 정보를 업데이트해주자는 의도였죠. 천문학이 우주산업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안다면 <우주복합관>이 수행할 역할에 대해서도 충분히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우주복합관>을 짓겠다는 천문연의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정너' 전략이라고나 할까요. 천문연의 성과들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계획된 프로젝트들을 연결해서 스케줄표로 제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다 계획이 있다'. 일종의 당연 프로젝트로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겁니다.
이런 전략을 제작물에 담되, 기존의 책자나 리플렛 형태를 벗어나서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전체 전략의 골자였습니다.
리플렛이 기본적으로 '프리젠테이션' 형태로 사용될 것이었기에,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구에 사는 우리들이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었으므로 '확장'을 시각화하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이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리플렛 접지 형태를 '수제 샘플'로 만들어서 보여드리기도 했는데요.
인쇄물은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접지나 제본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거든요. 종이를 고르는 것에서도요. (어디까지나 고객님이 호응해주실 때의 일이기는 합니다만.) 디자인팀과 접지 방법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구현 가능할지, 효과적일지를 체크해볼 필요도 있었습니다. 이리저리 접어보면서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이런 틀 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구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톤 앤 매너의 시놉시스를 작성해보았어요. 결국 A, B를 적절히 합쳐서 작성해달라는 피드백을 받아서 반영했고요.
무엇보다 신경썼던 부분은 <우주복합관>이 천문연만을 위한 인프라가 아니라, 우주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도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첫 부분에는 천문연이 NASA의 신뢰를 받는 협업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했고, 우주산업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우리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관이라는 점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기획안 제출 후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최종 제작물은 <우주복합관> 타당성 보고서 1권, 전지 크기의 접지 형태 브로슈어 1종, 정보를 축약해 담은 리플렛 1종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앞서 기획되었던 인쇄물은 브로슈어에 적용되었고요.
1. 타당성 보고서 : NEW SPACE START HERE 우주탐사 기술개발 중심 인프라, 우주복합관 건설사업
2. 브로슈어
3. 리플렛
브로슈어보다 짧은 시간 내에 설명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만든 리플렛.
마찬가지로 '확장'이라는 컨셉을 적용해 페이지가 열리는 구성으로 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담당 팀장님께서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에 무사히 납품을 마쳤습니다.
브로슈어는 실무를 담당하시는 팀장님께서, 리플렛은 원장님께서 주로 사용하셨다는 말씀을 전해들었고요.
제작사인 저희 입장에서는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시도를 수용해주셔서, 그리고 실제 제작 단계까지 이 시도가 무산되지 않고 무사히 진행되어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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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client. 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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